1949년 중국 건국 이래 1주일씩 쉬는 3대 휴일이 있는데, 설날 격인 춘제(春節), 5월 1일 노동절, 10월 1일 국경절이다. 공산주의는 기본적으로 전통에 대한 혁명을 강조하기에 전통적인 명절은 중시하지 않았고, 국가나 공산당에 관련된 기념일을 중시했다. 그래서 심지어 추석도 공휴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중국 정부의 인식이 확 바뀌게 됐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 때문이었다.
재미있지 않은가. 한국이 중국의 휴일을 바꿔 놓았다니 말이다. 중국 정부가 전통 명절을 중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건은 2005년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발칵 뒤집어졌다. 한국이 중국의 단오절을 빼앗아갔다며 분노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중국이 너무 전통을 홀대했다는 반성이 뒤따랐다. 이후 중국의 휴일이 바뀌었다. 1주일이던 노동절의 휴일을 3일로 줄이고, 청명절, 단오, 추석에 3일씩 쉬도록 했다. 이 정도면 한국이 중국의 휴일 문화를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오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에 중국의 분노를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명절은 이름은 비슷해도 내용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한국에서 단오나 청명절은 유명무실하다. 기껏해야 단오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정도나 알고 있고, 행사도 거의 없는 편이다.
반면 중국의 단오는 꽤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다. 기원전 인물인 굴원의 죽음에서 유래됐는데, 굴원은 중국의 유명한 애국시인이자 전국시대 초나라의 충신으로 나중에 ‘멱라수’라는 강에 투신한다. 단오는 그의 죽음을 슬퍼한 백성이 그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물고기가 그의 시신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강에 다른 먹을 것을 던진 데서 유래됐다.
사실 단오를 둘러싼 오해는 동명이인을 혼동한 것처럼, 전혀 성격이 다른 명절이 이름이 같아 빚어진 것이다. 그만큼 한국과 중국 관계가 깊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오해는 여전하고 앙금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촉발된 지점은 바로 강릉단오제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지나간 일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중국 전문가와 국민 그리고 네티즌에게 그 차이점과 오해를 지금이라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명절을 살피다 보니 명절 그 자체보다 중국의 긴 휴일이 부럽기만 하다. 춘제 1주일, 국경절 1주일 그리고 청명, 단오, 추석 3일씩, 여기에 신정 하루까지 정말 부러운 일이다. 1년에 휴일이 24일이니 너무 많이 쉬는 것 아닌가 하겠지만, 중국 정부는 휴일경제라고 부르며 휴일을 장려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주5일제 근무도 한국보다 먼저 실시했다. 우리나라에서 너무 많이 쉰다는 논쟁이 있을 때 중국 정부는 경제 발전을 위해 주5일제를 앞서 시행했다.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 하겠다. 또한 근무시간도 정확해 보상이 없는 ‘묻지 마 야근’은 거의 없는 편이다. 혹시 우리도 휴일을 한번 점검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201609.26